레벨 2를 마치며
나는 주변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그렇다 보니 남의 눈치도 많이 보게 되고, 남들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기도 한다.
우테코 와서 느낀 가장 큰 단점은 남과 나를 비교하는 점이었다.
이미 들어올 때부터 내가 제일 뒤처지겠거니 생각하고 들어왔다.
막상 현실을 마주하고, 나보다 이미 잘하는 분들이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앞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감이 낮아졌었다.
그래서 레벨 1 때 잘하는 크루들의 대화에 괜히 끼기가 어려웠다.
어처구니없는 로우한 질문으로 흐름을 깰까봐, 나의 무지가 드러날까봐 쉽사리 끼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연극조 크루들의 격려와 조언으로 의식적으로 더 끼고자 레벨 1을 마무리하면서 "매력적인 바보가 되자"는 선언을 했다.
레벨 2는 그 선언을 실행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매력적인 바보가 되었나?
매력은 모르겠지만.. ㅋㅋ 바보같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용기는 생겼다.
얄팍한 자존심을 내려놓고 잘하는 크루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더 의식적으로 다가가고, 토론의 장이 열리면 은근슬쩍 가서 끼어들었다.
그 자리에서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바로 찾아보거나 당당히 물어보았다.
그렇다 보니 메타인지가 더 잘되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지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
바보같은 질문을 해도 성심성의껏 답변해주고, 항상 호기심이 끊이질 않는 크루들 덕분에 정말 느낀 게 많은 두 달이었다.
기술적으로 눈에 띄는 성장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테코 시작 전의 나라면 하나도 못 알아들었을 크루들과의 대화와, 미션을 어떻게든 완수하고 있는 나를 보며 조금의 위안을 삼고 있다.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떤가.
노력과 투자의 크기가 다른데 비슷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그런 것들을 인정하고 내려놓으니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바보가 되면서 얻은 다른 성찰들은 어떤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 성찰
레벨 1에서 나는 AI 의존에 자괴감을 느꼈다.
장바구니 미션 중반, 시지프 원온원에서 그 불안이 터졌다.
모르겠으면 깊은 고민보다 쉽게 AI를 써버리고 나중에 자기합리화했다.
혼자서 해결하는 근육이 안 생긴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러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이대로 프로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그 대화에서 NOAI 챌린지가 시작됐다.
크루들과 함께 장바구니 step4 1차 PR제출까지 AI 사용을 끊어보는 모임이었다.
챌린지 중에 Step4를 진행했고, 설계 결정을 직접 내리면서 내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챌린지가 끝나고 예상 못했던 게 생겼다.
방향이 생겼다.
앞으로 구현은 AI와 함께하더라도, 설계 결정과 코드 검증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
그 경계를 흐릿하게 뒀던 것이 잘못됐었다.
AI를 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인간지능으로 해결해야 할 영역까지 위임했던 게 문제였다.
챌린지가 끝나고 나서야 써밋께서 하셨던 말이 비로소 와닿았다.
"큰 성장을 한 크루들은 리뷰어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레벨1도 그렇고 레벨 2에 와서도 반박을 잘 못했다.
기준이 없어서 반박할 수가 없었던 거였다.
AI를 줄이고 스스로 고민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기준이 생기면서 비로소 리뷰어와 대화할 수 있게 된다는 걸 레벨 2에서 배웠다.
두 번째 성찰
선수타와 커피챗을 하며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오래 남는 건 이거다.
"미션할 때 코드만 짜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를 말로 정리하는 습관을 같이 들여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레벨 2 내내 이 습관이 잘 안 됐다.
코드는 짰지만 설계 이유를 말로 설명하는 연습은 부족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컨드 브레인에 기록을 남기면서 이 습관이 조금씩 붙었다.
props 인터페이스를 왜 이렇게 정했는지, 상태 소유권을 왜 훅으로 옮겼는지를 글로 쓰면서 처음에는 설명 못했던 것들을 나중에 설명할 수 있게 됐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됐다.
생각이 정리되니 다음 미션에서 같은 판단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었다.
레벨 1에서 세웠던 목표, "말을 정리한 후 정확하고 명료하게 전달하기"가 코드 설계에서도 똑같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야 연결해서 이해했다.
말이든 코드든, 핵심은 "왜"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엇이 변했을까
레벨 1에서는 "나를 마주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레벨 2를 마치며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고 내려놓는 법을 터득했다.
작동하는 코드와 읽히는 코드의 차이,
추출과 추상화의 차이,
AI에 의존하는 것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의 차이.
이 차이들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은 다르다.
레벨 2에서는 그 경계를 조금씩 넘어가는 경험을 했다.
아직 기준이 흐릿한 순간이 더 많다.
리뷰어의 말에 곧바로 납득하고 따라가는 때가 여전히 더 많다.
하지만 이제는 "왜 그렇게 고쳐야 하는지"를 스스로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레벨 3에서는 그 질문을 더 자주, 더 깊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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