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1이 끝난 후, 우테코에 들어오기 전과 후의 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나는 레벨 1을 시작하면서 하나의 소프트 스킬 강화 목표를 세웠다.
생각 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대신,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고 말을 정리한 후 정확하고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
나는 흥분하거나 신나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을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
사담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어떤 분야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때는 독이 되었다.
이 목표를 염두에 두고, 레벨 1을 보내며 내면적으로 어떤 통찰이 있었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회고해보려 한다.
첫 번째 성찰
나는 올해 소프트스킬 강화 목표에 맞춰 실험 계획을 세웠다. [결론] - [이유/근거] - [기대효과/질문] 순으로 생각을 정리한 뒤 말하는 것, 중요한 대화 후 셀프 피드백을 남기는 것, 그리고 대화도 TDD 스럽게 접근하는 것이었다.
처음 실험 무대는 페어프로그래밍이었다. 방향을 정해야 하는 순간마다 계획대로 결론부터 떠올리려 했는데, 결론이 안 잡히니 이유도, 질문도 다 꼬였다. 결국 두서없이 말을 쏟아내는 예전 패턴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한 가지 돌파구가 생겼다. "대화도 TDD스럽게 하면 되지 않을까?" 전달할 핵심 의도가 뭔지 먼저 정의하고, 그 의도를 상대가 납득하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역순으로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큰 생각을 잘게 쪼개서 핵심 의도를 중심에 두고 말하니, 대화가 한결 수월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한계는 금방 드러났다. 빠르게 피드백이 오가는 상황, 시간이 촉박한 회의에서는 생각을 정돈할 틈이 없었다.
그 상황에서는 예전처럼 정돈되지 않은 말들이 튀어나왔고, 대화가 끝나고 나면 후회가 남았다.
그게 반복되자 결국 말을 아끼게 됐다. 목표가 오히려 침묵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정제하고 말하는 것에서, 많이 뱉고 피드백받는 것으로.
우테코는 평가받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떠올렸다. 바보 같은 질문이어도 괜찮고, 틀린 의견이어도 괜찮다.
혼자 끙끙대며 완벽한 말을 고르는 것보다, 일단 꺼내고 반응을 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크루들은 그런 것으로 핀잔을 주지 않았다.
레벨 1을 마치며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나는 레벨 2에서 매력 있는 바보가 되기로 했다. 말이 완성되지 않아도 꺼내고, 틀려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피드백을 쌓아가는 사람.
두 번째 성찰
나는 비전공자이고 주변 인프라도 빈약했기에, 우테코와 같은 환경에 속하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우테코는 개발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달리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처음엔 마냥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문제가 생겼다.
크루들의 대화에 좀처럼 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나는 E 성향이 강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벼운 사담이거나, 내가 잘 아는 분야에 한정된 이야기였다. 우테코에 와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것을 체감한 후 자존감이 낮아졌고,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뒤따라 낮아졌다.
나는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라, 생각 없이 뱉은 말에 사람들의 반응이 건조해지면 금방 위축되었다. "좀 더 생각하고 말할걸", "더 찾아보고 말할걸" 하고 후회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크루들이 개발 관련 주제로 토론하거나 이야기 나눌 때, 내 궁금증이나 의견을 쉽게 꺼내기 어려웠다. 더욱 혼자 공부하게 되고, 더욱 갇혀서 생각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 고민을 '한발짝 스터디'에서 털어놨을 때, 조원들이 해준 말이 크게 와닿았다.
"틀려도 뭐라 할 사람 없다, 내가 한 말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는 과정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이런 환경에서 시도해보지 못하면 앞으로도 영영 못 할 도전일 것 같다."
위로도 되었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동시에, 너무 얕게 공부해 놓고 아는 척 넘어가는 내 문제를 새로 발견했다.
그 이후로 공부를 더 단단하게 하고, 틀리더라도 내 생각을 꺼내보는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크루들은 내가 틀린 의견을 내도 뭐라 하지 않았고, 오히려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어서 고마웠다.
세 번째 성찰
레벨 1이 끝나갈 무렵, 또 하나의 문제를 체감했다.
나는 스스로 둔한 사람이다.
사소한 내 변화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지금 스트레스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를 세밀하게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감정의 크기가 커지기 전에 미리 손을 쓰지 못한다.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어서야 뒤늦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이라도 너무 커지면 문제가 된다. 흥분한 상태로 무리하는 나를 뒤늦게 발견하게 되고, 부정적인 감정이라면 마음이 무너진 후에야 깨달아 회복이 더 어려워진다.
레벨 1 후반, 공부에 온전히 집중이 되지 않았고, 유독 예민해져 있었다.
사소한 일에 감정이 흔들리고, 평소보다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우테코의 환경과 생활에 너무 만족하고 있었기에, 정작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어제보다 성장한 나를 느낄 때마다 뿌듯했고, 수업이나 원정대에서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때마다 기뻤다. 하지만 내면은 조용히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체대생이고, 에너지를 방출해야 하는 사람이다. 항상 주기적으로 농구든 헬스든 스포츠를 즐겨왔는데, 우테코를 준비하고 입과 하면서부터 그런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늘 자연스럽게 풀렸던 스트레스가 나도 모르게 쌓여가고 있었던 것이다.
가까운 친구들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것 같다"고 말해줄 때도, "나는 지금 괜찮은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속는 셈 치고 하루 6시에 맞춰 하교하고, 집 근처에서 농구를 해보았다. 30분 남짓 오랜만에 땀을 흘렸을 뿐인데, 드디어 내가 살아있는 것 같은 감각이 돌아왔다. 시야도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압박감, 성장에 대한 집착이 나 자신을 가두고 있었다. 우테코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그 환경에 갇혀있던 것이다.
이 통찰을 얻고 나서 주변 사람들도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내 삶의 주체가 나 자신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우테코가 곧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우테코는 내 성장을 위한 환경이자 수단일 뿐, 내 인생 전부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공부할 때의 집중도도 확연히 달라졌다.
그래서, 무엇이 변했을까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나를 마주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우테코에 들어오기 전에도 나름 성찰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고, 나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리적 압박을 받고, 인생에서 처음 맞닥뜨리는 환경에 속해 보면서, 지금까지 내가 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말을 잘 하려다 오히려 침묵하게 된 것, 스트레스를 모르고 쌓아온 것, 그 모든 게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 생긴 일이었다.
레벨 1의 가장 큰 수확은 기술도, 학습 방법도 아니다. 내 내면을 들여다보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아직 서툴고, 감정 조절도 쉽지 않다. 레벨 2에서는 깨달은 점을 바탕으로 더 크게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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