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에 집착할수록 효율에서 멀어진다 - DMN으로 깨달은 진짜 휴식

2026. 6. 16. 13:25·etc

들어가며

 

나는 효율성을 엄청 강조하는 사람이다.

밥을 먹을 때도, "어떻게 하면 밥 먹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캠퍼스에 올 때도, "버스 이동시간이 3시간인데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휴식을 할 때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피로도와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을까?"

그래서 요즘 우테코 생활을 하며 가장 관심이 많은 게 바로 휴식이다.
깨어있을 때 최대 효율이 나와야 학습시간에 효과적으로 몰입할 수 있으니, 쉴 때 최대한 큰 효과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른들이 어렸을 때부터 강조하시던 게 있다.
"티비 많이 보면 눈 나빠져."
"잘 때 핸드폰 보지 마라."
"일찍 자라."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이런 잔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맨날 영상 보고 밤늦게까지 핸드폰 보다가 잠드는 일상에 익숙해졌다.

자기 전에 핸드폰을 끝까지 보다가 뇌가 전원을 끄면 그제서야 잠을 자는 패턴이 좋지 않다는 걸 나도 어렴풋이 안다.

하지만 힘든 하루를 보낸 나에게 주는 "휴식"이라는 생각에 좀처럼 끊어내질 못했다.

 

그러다 너무 피곤한 어느 날, 자기 전에 폰을 멀리하고 침대에 일찍 누워 눈을 감고 자봤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다음날 아침 평소와 다르게 너무 개운하고 피로가 풀린 기분이 들었다.

이런 효과가 있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지만, 실제로 실행하고 체감하니 완전히 달랐다.

그 이후 진정한 휴식에 대해 찾아보던 와중 "DMN(Default Mode Network)"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

 

나는 어떨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공부하다 보면 딴생각이 꽤 많이 든다. 학창 시절부터 항상 그랬다.
고등학생 때는 국어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수학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수학 공부를 한다거나, 공부를 하다가 농구를 하고 싶어서 갑자기 농구하러 나가는 등 집중이 자주 흐트러졌다.

 

지금도 그렇다. 잡생각이 공부를 시작할 때도 침투하고, 한참 하다가도 불쑥 끼어든다.

그리고 휴식시간에 공부 도구인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본다.

이게 단순히 의지력 문제인 줄 알았는데, DMN을 알고 나서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DMN이 뭔데?

 

"아무것도 안 할 때" 오히려 뇌의 특정 부위들이 더 활성화된다는 것을 `fMRI`로 뇌를 찍던 연구자들이 발견했다.

이 네트워크를 Default Mode Network, DMN이라고 부른다. 디폴트 = 기본값. 아무것도 안 할 때 뇌가 켜는 기본 작동 모드.

DMN은 크게 세 가지 일을 한다.

  • "나는 어떤 사람이지?" 같은 자기 참조,
  • "저 사람 지금 기분이 어떨까?" 같은 타인 마음 읽기,
  • 그리고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것.

한 마디로 DMN은 "나"라는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는 네트워크다.

그리고 이 DMN은 스위치처럼 작동한다. 외부 과제에 집중하면 꺼지고, 멍 때리면 켜진다. 이 스위칭이 유연하게 잘 되는 것이 건강한 뇌이다.

 

DMN이 고장 나면

 

DMN이 너무 강하게 켜진 채로 안 꺼지면 우울증이 온다. 생각이 반추를 반복하고 자기비판에 빠진다.

스위칭 자체가 안 되면 ADHD다. 집중이 분산되고 돌아오질 못한다.

결국 건강한 의식이란, DMN이 적절히 켜지고 꺼지면서 "나"라는 감각을 유지하되 현실에도 유연하게 반응하는 상태다.

 

그럼 진짜 휴식이란?

 

뇌가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

 

DMN이 자유롭게 켜질 때, 오늘 배운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정리되고, 감정이 처리되고, 기억이 통합된다.

그냥 멍하게 있는 게 아니라 뇌가 백그라운드에서 열일하고 있는 거다.

이게 단기적으로는 피로 회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르게 작동한다.

DMN이 충분히 활성화된 뇌는 집중력이 올라가고, 창의적인 연결을 더 잘 만들어낸다.

샤워하다가 혹은 잠들기 전에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험이 다들 한 번쯤 있을 텐데,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 DMN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우리가 "쉰다"고 하는 것들. 유튜브, 인스타, 릴스. 이것들은 DMN을 억제한다.

외부 자극에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에 DMN이 켜질 틈이 없다. 그러니까 기분은 좋아지는데, 뇌 피로는 안 풀린다.

유튜브, 릴스 이런것들이 나쁜 건 아니다. 즐기려고 보는 건 괜찮지만, 문제는 그걸 휴식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게 도파민의 함정이다.

유튜브는 도파민을 올려줘서 "쉰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근데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는 멍 때리기보다 유의미하게 높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뇌가 쉰 것이 아니다.

 

반면 그냥 멍 때리기, 폰 없이 산책, 수면은 DMN을 자유롭게 활성화시킨다. 이게 진짜 휴식이다.

 

내가 해볼 훈련들 실험 계획

 

나는 DMN 기저 활성도가 높은 타입인 것 같다. (MBTI 파워 N이다)

훈련 방법으로 명상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명상의 핵심은 이거다.

 

호흡에 집중 → 잡생각 → "아 딴생각했네" → 호흡으로 복귀

 

하지만 나는 애초에 아무 생각을 안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생각 자체를 멈추는 건 안 된다.
그래서 다른 방식을 적용한 나만의 실험계획을 세워보았다.

 

1. 딴생각 납치법

딴생각이 드는 순간, 그 에너지를 공부 주제로 납치한다.

React 공부를 하다가 딴생각이 든다면,

 

"React는 왜 이렇게 설계됐지?" "Virtual DOM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거 만든 사람은 뭘 해결하고 싶었던 거야?"

 

딴생각을 없애는 게 아니라 방향을 꺾는 것이다.

 

 

2. 딴생각 로그

딴생각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한다.

언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적어두면 패턴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나는 코드가 막힐 때 도피하는지, 20분이 한계인지, 시작하고 10분이 제일 위험한지.
이걸 분석하면 내가 어느 상황에서 쉽게 DMN스위칭이 되는지 나를 파악해 보는 것이다.

 

3. 의도적 멍 때리기

 

30분 공부하고, 5분은 진짜 아무것도 안 한다. 폰도, 유튜브도 없이. 그냥 천장 보거나 창밖 보기.

DMN이 스스로 스위칭 되기전에 미리 의도적으로 켜버리는 것이다.

 

 

마치며

 

DMN을 공부하고 나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휴식의 효율은, 효율을 생각하지 않을 때 생긴다.

 

나는 쉴 때도 확실히 재밌거나, 확실히 쉬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효율적인 휴식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멍 때리는 것,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시간을 버린다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진짜 휴식이었다.

장기적으로 집중력과 창의력을 높이고 피로를 낮추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생각을 없애는 게 아니라 조종하는 것. 쉬는 게 아니라 뇌가 스스로 정리하게 두는 것.
어쩌면 진짜 효율은 내려놓는 데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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