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내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크롤링을 무료 강의로 조금 배웠을 때는 무턱대고 크몽에 서비스를 올렸다.
돈을 받고 일을 맡을 만큼 잘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실제 의뢰가 들어오고 나니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다.
돈을 받았으니 모르는 건 찾아보고, 막히면 다시 공부하고, 이틀간 밤을 새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결과물을 전달했다.
컴퓨터 동아리에 들어간 뒤에는 파이썬 초보자 세션 강의까지 맡았다.
누군가를 가르칠 만큼 내가 잘 알고 있는지 확신은 없었다.
그래도 맡고 나니 어설프게 알고 있던 내용들을 다시 공부하게 됐고, 내가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곧 내가 제대로 모르고 있던 부분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혼자 여행조차 해본 적이 없으면서 한 달 동안 남미를 혼자 여행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버킷리스트였지만, 따져보면 안 갈 이유가 더 많았다.
언어도, 치안도, 비용도 걱정됐고 혼자 한 달을 다닐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비행기 표를 먼저 끊었다.
비행기표를 끊으니 자연스레 여행 계획을 철저하게 짜게 됐고, 잊지 못할 추억과 많은 배움들을 얻고 왔다.
우아한테크코스에 지원할 때도 비슷했다.
당시 나는 JavaScript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겠다고 하면서도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나보다 오래 공부한 사람들을 보면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공부하고 내년에 지원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도 ‘지원한다고 잃을 게 있나’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 해를 미루기보다, 지금 가진 실력으로 부딪혀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우테코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고,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이 경험들을 돌아보면서 나에게 반복되는 패턴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충분히 준비한 뒤 행동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일단 행동한 뒤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면서 준비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오래 계산하고, 고민하고, 가능성을 따져볼수록 오히려 두려움은 커졌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조금 더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실패하면 어떡하지?’
생각만 하고 있을 때는 할 수 없는 이유가 계속 늘어났다.
반대로 일단 그 환경에 나를 던져두면 상황이 달라졌다.
의뢰를 받았으니 완성해야 했고,
강의를 맡았으니 공부해야 했고,
비행기 표를 샀으니 떠나야 했고,
우테코에 들어왔으니 따라가기 위해 더 많이 배워야 했다.
책임져야 할 상황을 먼저 만들어버리면, 이상하게도 나는 어떻게든 움직였다.
물론 무조건적인 실행이 항상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준비가 필요한 일도 있고, 무모함과 실행력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이 때때로 신중함이 아니라 두려움을 숨기는 말이었던 것 같다.
만약 우테코도
“아직 부족하니까 1년 더 준비하고 지원하자.”
라고 미뤘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말 더 잘 준비해서 다시 지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계속 부족하다는 생각만 하다가 개발자의 꿈 자체를 접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은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준비가 끝나면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작하면서 준비할 수도 있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나를 가장 많이 성장시킨 순간들은
대부분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던 순간들이었다.
체대생의 개발 기록
